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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 스페셜 리포트

영혼의 살인 친족성폭력 ‘침묵의 공모’를 깨라

영화 ‘밀레니엄’ 계기로 본 친족성폭력




황은순 차장대우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정규 인턴기자·고려대 3년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일러스트 이경국
40년 전, 동생은 살해되고 동생의 딸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스웨덴 대기업 회장인 삼촌 헨리크는 조카딸 하리에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잡지사 ‘밀레니엄’의 특종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마침내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악마의 퍼즐’처럼 얽히고설킨 사건의 중심엔 근친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친아버지와 오빠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조카가 아버지를 죽이고, 오빠를 피해 40년간 세상에 없는 존재로 살았던 것이다. 스웨덴 작가가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밀레니엄’의 내용이다. 할리우드판이 국내서도 지난 1월 개봉됐고 올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밀레니엄’의 충격적 결말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서도 언론 보도를 보면 친족성폭력 사건이 결코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친족성폭력 사건이 늘었다기보다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침묵 속에 은폐돼 있던 어둠의 진실이 수면 위로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선 최근 3개월간에 발생한 사건을 살펴보자.
   
   
   2012 년 1월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친딸을 18년간 성추행·성폭행한 고교 교사 김모(56)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와 전자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김씨는 피해자인 둘째딸(28)이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가르쳐주겠다”며 방문을 잠그고 성추행을 해오다 2003년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수시로 모텔로 불러들여 성폭행을 했다. 김씨는 피해자를 비롯, 부인과 2남2녀 모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절대 복종하게 만들었다. 딸이 성관계를 거부할 때는 “죽여버리겠다”는 폭언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가족들에게 김씨는 공포감을 주는 동시에 신실한 신앙생활을 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충실한 가장으로 군림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인정하지만 딸이 먼저 유혹했다”며 인면수심을 드러냈다. 법원은 피해자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순종할 수밖에 없는 ‘학대순응증후군’으로 심리적인 항거불능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2011 년 12월 19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현모(38)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현씨는 2008년 8월부터 재혼한 부인의 초등학교 5학년 딸을 7회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씨는 직장에 간 아내가 집에 없는 틈을 타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는 딸이 저항하자 “엄마에게 말하면 아빠가 경찰서 간다. 우리 가족이 못 산다”라고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11월 11일. 서울 동부지검은 미성년자인 의붓딸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박모(39)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8년 9월부터 최근까지 3년여에 걸쳐 큰딸(19)을 수시로 성폭행하고 둘째딸(15)과 셋째딸(13)도 성폭행하려 하거나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큰딸은 박씨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까지 했다. 세 딸의 친어머니는 딸들이 박씨를 유혹했다며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오히려 박씨를 감싸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상담 중 친족 가해자 20% 가까워
   
세 사건은 반인륜적이고 인간성의 파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친족(親族)성폭력의 실태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성폭력범 1만8810명 중 친족성폭력은 686명으로 3.65%였다. 경찰에 신고된 친족성폭력 사건만 해도 매일 1.9건씩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2008년의 373명에 비교해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성폭력상담의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사건으로 드러난 친족성폭력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한다. 이는 성폭력상담소의 상담 건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성폭력상담소 152곳의 성폭력 상담은 6만8530건에 이르고 가해자 3만6177명 중 친족·친인척·배우자인 경우는 6011명(16.6%)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들이 상담소에 피해를 호소하면서도 가해자인 아버지나 남매 등 친족을 경찰에 신고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성폭력범죄의 신고율은 극히 낮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전국 성인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 조사를 한 자료에 따르면 “강간, 강간미수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피해자 중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12.3%(2007년 7.1%), “심한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신고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의 친족성폭력 피해는 더 심각하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신상정보 등록대상 1005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친족에 의한 성범죄는 17.2%로 조사됐다. 강간범죄 피해자(1279명)를 분석한 경우는 친족의 비율은 20.9%였다. 그중 친부·계부의 비율이 14.7%로 가장 높았다. 광주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 성상담소’의 보호시설인 ‘다솜누리’ 입소자를 중심으로 집계한 친족·성폭력 자료에도 가해자는 아버지가 가장 많은 70%를 차지했다. 그중 친부가 54%, 계부가 23.5%, 양부가 5.4%를 차지했다.
   
   
   100년 동안의 침묵
   
   2011년 11월 개정된 성폭력특례법에 따르면 ‘친족성폭력’에서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배우자의 혈족 또는 혈족의 배우자)을 포함한다. 계부, 양부 등 사실상의 관계도 친족에 해당한다.
   
   친 족성폭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돼 왔던 단어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친족성폭력’이라는 법 조항 자체가 없었다. 지난 1992년 계부가 의붓딸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다 딸의 남자친구에 의해서 살해된 ‘김보은·김진관’ 사건이 부각되면서 우리 사회에 ‘친족성폭력’이라는 침묵의 금기가 깨졌다.
   
   친족성폭력의 피해가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유럽 사회에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다양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실어증에 걸리거나 호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무기력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증상이 여자의 자궁이 뇌에 옮겨진 결과라고 믿고, 히스테리라고 이름 붙였다. 1896년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는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근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프로이트의 친구인 칼 플리스는 이에 대해 “연구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미칠 파장 때문에 모두가 외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도 애써 진실을 외면해 왔다.
   
   
   침묵의 공모를 깨라
   
   친 족성폭력의 피해가 치명적인 것은 일반 성폭력범죄의 경우 1회성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 데 반해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또 증인이 있거나 외상이 남는 것도 아니고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설사 법의 심판대에 올린다 해도 죄를 입증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들이나 가해자의 회유로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도 많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친족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해자들이 자백을 안 하면 물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친족성폭력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인정을 받기 힘들었다. 그나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 이현숙 공동대표는 “남성 중심의 성문화가 지배하고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피해자들이 입 밖으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친족성폭력의 경우는 평생 혼자서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친족성폭력의 경우에는 가해자들을 안 보고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이 너무나 멀쩡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억울함과 분노로 수십 년 동안 괴로워하다 상담소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의 딸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상담센터 현혜순 소장도 “은폐된 사건이 훨씬 더 많다. 친족성폭력은 피해자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파괴시킨다.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버지, 오빠를 믿을 수 없는데 세상에 누구를 믿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친족성폭력 가해자들은 영혼의 살인자”라고 말했다.
   
   근 친상간을 다룬 문학작품 중에 192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마스 만(1875~1955)의 소설 ‘선택된 인간’이 있다. 독일의 중세시인 하르트만 폰 아우에의 서사시 ‘그레고리우스’를 소설화한 것으로, 쌍둥이 남매 간의 성관계를 통해 그레고리우스가 태어나고 아이는 먼 섬으로 보내진다. 죄악의 씨 그레고리우스는 운명의 장난으로 친어머니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는 이중의 원죄를 짓게 된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그레고리우스는 외딴섬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고행의 길을 걷다 신에 의해 선택된 자리인 교황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그레고리우스는 근친상간이 자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고통스러운 속죄의 과정을 통한 인간성의 회복을 보여주고 있다.
   
   친족성폭력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남성에게 관대하고 여성에게 엄중한 잣대를 들이미는 성별 이중 규범이 체화된 우리 사회의 책임도 부인할 수 없다. 사건을 외면하는 사이 가해자들은 마음껏 활개치고 있었다. 더 이상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친족성폭력을 공론의 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가해자는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올려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고, 피해자는 법의 공정함을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친족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침묵의 공모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그레고리우스의 고행의 시간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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