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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1002216969

[월드리포트] 부인을 테러분자로 고발하는 이집트 남편들



- 조작된 공포가 시민의 일상을 바꾸다 -


오래 전 어린 시절 TV를 보다 보면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늘 방송되면 화면이 있었습니다.‘간첩신고는 113, 범죄신고는 112’..요즘은 번호가 바뀐 것 같던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또렷한 걸 보면 계속된 무의식적 주입의 효과가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늘 주변에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간첩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감은 간첩의 실존 여부와 상관없이 군과 경찰의 일상적인 사찰과 무분별한 공권력의 행사를 시민들이 묵인하거나 받아들이게 하는 권력의 입장에선 퍽이나 유용한 수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채널마다 등장하는 테러분자 신고 번호...공포의 일상화  

그런데 요즘 이집트 전역이 비슷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국, 공영 방송들은 채널마다 화면 하단에 테러리스트나 무장세력을 신고하라며 군과 경찰 보안당국의 비상 전화번호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칭하는 테러리스트는 불과 1년 전까지 대통령은 물론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최대 이슬람 정치세력에서 지난 해 말 쿠데타로 들어선 과도정부에 의해 테러단체로 전락한 '무슬림 형제단'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부인을 테러분자로 신고하는 남편들

하지만 이게 웬 일일까요? 이 번호로 자기 부인을 신고하는 이집트 남편들의 사례가 요즘 이 곳 신문 한 구석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한 이집트 남성은 여러 해 전 결혼한 자기 아내가 “여자 무슬림 형제단원”이라며 신고했다고 합니다. 별 문제가 없던 결혼 생활은 지난 2012년 선거를 통해 무슬림 형제단 출신의 무르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완전히 바뀌었고, 카이로 대학 의대 강사인 부인이 수상한 임무를 띄고 영국과 독일 등으로 여행했다며 부인을 테러단체 가입 혐의로 신고했다고 합니다.

익명으로 등장한 또 다른 남성도 대학 강사인 부인이 자신에게 무슬림 형제단 가입을 강요하고 학생들에게 반군부 시위를 벌일 것을 선동했다며 역시 방송된 전화번호로 부인을 신고했다고 합니다.


마치 과거 교과서에서 배웠던 북한의 주민감시체제인 5호 담당제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들입니다.

기사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그리고 신고당한 부인들이 정말 테러리스트인 지는 명확히 조사해봐야 밝혀질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이혼의 귀책사유를 부인에게 돌리기 위해 일부 남성이 공포스런 분위기를 이용해 테러리스트라는 틀을 뒤집어 씌우려고 제도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인을 테러분자라고 고발하는 세태가 등장한 배경엔 2011년 시민혁명으로 축출당했던 군부가 지난 해의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해 합법적 선거로 집권한 이슬람 세력을 ‘테러리스트’로 둔갑시키고 이들에 대해 끊임없이 테러분자라는 이미지로 덧씌우는 작업을 계속해 온 군부의 충견인 언론이 있습니다.

이슬람 세력을 지지하는 부인과 그렇지 않은 남편간의 정치적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논쟁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전엔 논쟁과 견해의 차이로 그쳤을 일들이 이제는 배우자를 테러분자로 공권력에 고발하는 이집트의 현실은 조작되고 전염된 공포가 만들어 낸 살벌한 풍경입니다. 

테러분자로 고발당한 부인들의 운명은...  

이렇듯 합의된 정치적 절차가 아닌 폭력적인 방식의 권력교체는 반대자에 대한 과도한 억압과 통제를 동반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대세력에게 심대한 도덕적,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이미지 조작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은 결국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합의보다는 반대파에 대한 격렬하고 극단적인 배척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독재자들이 애용했던 이런 수법들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사 속에서 수 많은 고문과 살육, 반인권 범죄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 신고당한 이집트 부인들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테러분자로 분류돼 감옥에 갇히거나, 아니면 그저 한 편의 해프닝으로 상황이 끝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결혼생활과 그 가정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테러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권력을 유지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력들은 자신들이 초래한 어처구니없는 가정파괴 따위엔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게 자명합니다. 한 사회의 가장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시민들과 나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쿠데타를 감행했다는 말을 그래서 저는 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윤창현 기자chy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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