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힐러리를 러닝메이트로 하는 방법 외에 돌파구 없어
⊙ 공화당으로선 롬니와 페리의 정·부통령 후보 결합이 최선의 카드
⊙ 북한, 오바마 재선되든 공화당 후보 당선되든 별로 득볼 것 없어
金濟理
⊙ 67세.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영학 석사. 美 템플대 박사과정 수료.
⊙ 연세대 강사 역임. 現 경영컨설턴트·공인회계사·칼럼니스트.
⊙ 저서 : 《한국 경제를 만든 12사람들》 《靑瓦臺는 妙한 곳이다》.
⊙ 공화당으로선 롬니와 페리의 정·부통령 후보 결합이 최선의 카드
⊙ 북한, 오바마 재선되든 공화당 후보 당선되든 별로 득볼 것 없어
金濟理
⊙ 67세.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영학 석사. 美 템플대 박사과정 수료.
⊙ 연세대 강사 역임. 現 경영컨설턴트·공인회계사·칼럼니스트.
⊙ 저서 : 《한국 경제를 만든 12사람들》 《靑瓦臺는 妙한 곳이다》.
오마바 대통령의 경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
제일 먼저 내년 1월 14일에는 대만의 13대 총통 선거가 있다. 중국 본토 대륙과의 교류와 국공(國共) 통일에 관심이 큰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과 대만 토착세력을 대표하는 야당의 차이잉원(蔡英文·女)후보 간 치열한 접전이 진행되고 있다. 선거 결과,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서 주변국과 동북아 정세에 긴장과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이어서 3월에는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푸틴 현 총리가 각본에 따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을 맞아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에 강성대국 선포와 함께 김정은 후계체제를 완성하려 들 것이다.
중국도 각본에 따라, 가을에 17차 전국대표자대회를 열어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시대를 마감하고, 시진핑(習進平)·리커창(李克强)을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시킬 것이다.
한국도 내년 4월 총선으로 국회의원을 뽑고, 12월 18일 대통령 선거를 한다. 일본은 근래에 정치적·경제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서 매년 총리가 학교 반장처럼 바뀌고 있는데, 현 노다(野田)총리도 단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내년 1월부터 각 주별로 대통령후보 선출 예비경선전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9월 3일, 공화당은 8월 27일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후보를 확정한다. 10월에 3차례 TV토론을 하고 11월 6일 본선을 치른 후, 당선자는 2013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일정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반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의 지도자가 어떤 형태로든 모두 바뀔 것으로 예상돼, 내년은 그야말로 ‘용틀임의 한반도’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그중에서 한국 외에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선 판도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추락한 오바마, 뜨는 힐러리
먼저 여당인 민주당의 사정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 미국민은 오래 지속되는 테러와의 전쟁에 지쳐 있고, 불경기와 높은 실업률, 고유가(高油價)로 고통받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망은 현재의 상황으로는 불투명하고 비관적인 형편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내년 11월 대선까지는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경제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 금융위기가 계속 요동치고, 금값은 치솟고, 테러와의 전쟁은 끝이 안 보이고, 재정적자는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국민들의 이런 불안감과 분노, 좌절감이 급기야 월가 점령시위로까지 번져 있는 상태다.
이렇게 궁지에 빠진 오바마와 민주당을 구원할 수 있는 묘책은 인기 높은 힐러리 클린턴을 부통령 후보로, 즉 대선의 러닝메이트로 발탁하는 것뿐인 게 오늘날 민주당의 현실이 되었다.
일찍이 3년 전 오바마 정권이 등장할 때, 이미 필자는 ‘뜨는 힐러리, 지는 바이든_힐러리 2012년 부통령 후보, 2016년 대선 도전’이라는 기고문(월간조선, 2009년 1월호 220쪽)에서 이것을 예견한 바 있다. 즉 민주당으로서는 내년이면 70을 바라보는 바이든 현 부통령을 재등장시키기보다는 더 젊은 후보를 택해서 2016년 대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장기집권, 정권 재창출 계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힐러리는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초반부터 오바마를 누르고 선두를 달렸으나, 참모들의 오판과 실수로 다 이긴 미시간주와 플로리다주 당원투표 결과를 무효로 만드는 바람에 아쉽게 패했다. 그리고 오바마는 힐러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자 했으나, 부인 미셸의 반대에 부딪혀 바이든을 지명한 것이다.
그 후 오바마에 의해 국무장관에 임명된 힐러리는 오바마의 인기하락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고 뛰어난 능력으로 국제사회와 동맹국들로부터 높은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으며, 정계·언론계·외교가·부하직원 등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국민들은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오바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그녀는 이제는 좀 쉬고 싶다며,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이런 그녀를 오바마와 민주당이 나서서 구원투수로 모셔 와야 하는 형편이 됐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니까. 힐러리는 지금 고전하는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구세주이고,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각광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공화당 롬니, 오바마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
롬니(왼쪽)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결국 케인(오른쪽)을 제치고 공화당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힐러리가 자신이 자라난 시카고 지역을 지나다가 그녀의 고교시절 친구(男)가 하는 주유소에 들러서 얘기들 하다가 나왔는데, 남편 클린턴이 심술이 나서 “여보, 당신 나와 결혼 안 했으면 이곳에서 주유소 사장 부인이나 됐겠구려”라고 하자, 힐러리는 “무슨 소리야! 내 손에 걸리는 남자는 무조건 대통령이야. 그러니까, 아마 저 친구(주유소 주인)가 대통령 됐을 거야”라고 받아쳤다는 것이다.
여하튼 지금 민주당에는 오바마 현 대통령이 재선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달리 후보를 낼 방법이 없다. 오바마로 이기든지 지든지 결판을 내야 하는 판국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참으로 갑갑한 것이 민주당 당원들의 심정일 것이다.
공화당의 경우는 그동안 여러 후보들이 등장했었지만, 이제는 선두주자로 롬니 전(前)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당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대세를 굳히고 있다. 그가 2008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 전에, 주지사로 국제문제에 어두워 경험을 쌓고자 해외순방 중 2007년 한국에 들렀을 때 그를 만나본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인품이 훌륭하고 경륜이 있고 안정감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롬니는 당내 경선 후보 토론에서도 하버드 법대를 나온 명문가 출신 답게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의 부친은 자동차 회사로 크게 성공하여 미시간 주지사를 지내고 한때 공화당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에게는 모르몬교 신자라는 점이 걸림돌인데 얼마나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문제지만, 좋은 가정생활과 성실한 이미지로 선전(善戰)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텍사스 주지사인 페리와의 결합 가능성은 공화당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중요한 동북부 지역(매사추세츠주)과 서남부(텍사스주) 지역의 연합인 데다가 정치성향이나 이미지가 좋은 것도 이들의 장점이다.
지금 공화당원들은 오바마 정부가 경제에 죽을 쑤고 국민들 불만이 높아지는 만큼 백악관 탈환을 할 기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허먼 케인이 지금 주목받지만, 정치분석가들은 이것이 한때 지나가는 반짝 인기로 보고 있으며, 경험부족과 성추문 등으로 앞으로 검증과정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에는 롬니의 대선후보 토론 준비에 파트너가 되지 않겠느냐는 정도로 보고 있다.
박빙 승부에선 날씨와 제3후보 등장 여부가 핵심 변수
과거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들의 생활과 경제사정이 결정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박빙의 승부에서는 다음의 요인들도 판세를 가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운(運)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날씨다. 1976년 카터와 포드 현직 대통령과의 대결은 선거인단 표가 297 대 240표였다. 당시 당선권은 270표였다. 그런데 오하이오주(선거인단표 25) 등은 표차가 0.27%인 5000여 표였다. 손에 땀이 날 정도의 박빙이었다. 이런 곳이 몇개 주 더 있었다. 투표일 날씨가 전국적으로 맑고 좋아서, 도시권 흑인들의 높은 참여가 카터의 승리에 큰 보탬이 되었다는 조사 결과다. 정치평론가들은 포드 대통령의 닉슨 사면을 패배 이유로 꼽지만 금년처럼 11월초 날씨가 한파속에 눈비가 몰아쳤다면 포드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고 본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워털루 전투를 앞두고 비가 뿌린 것이 나폴레옹 포병부대의 기동력을 떨어뜨려 영국군에 패하는 큰 이유였듯이 내년 선거에서도 날씨가 좋으면 오바마가 유리하고, 눈비가 오면 불리할 것이다.
둘째는 제3후보 등장 여부다. 미국처럼 양당정치 제도가 확립된 나라에서 제3후보들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92년 클린턴 당선과 2000년 부시 당선에는 결정타를 날렸다. 1992년 선거에서 아버지 부시는 걸프전에서 대승하여 인기가 높았다. 경제사정은 좀 나빴지만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그러나 같은 텍사스 출신 부자인 페로가 자금을 풀어서 무려 18.9%나 표를 갖고 갔다. 부시의 득표가 37.5%였다. 클린턴은 43.0%였다. 만약 페로의 표가 분산됐다면 당연히 부시가 당선됐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2002년 한국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건재했을 때는 이회창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하고 사퇴하자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과 비슷한 결과인 셈이다.
2000년의 경우는 말썽 많은 플로리다주 재검표를 통해 불과 537표 차이로 고어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부시(아들) 후보에게 패했다. 이때 녹색당의 같은 환경운동가인 네이더가 9만7000표를 갖고 갔는데, 이것이 대부분 고어 후보에게 갈 표였기 때문에 민주당은 옛 당원인 그를 아직도 원망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농사 망치는 자(spoiler)라고 부르며 경계한다. 그러나 내년 미국 대선에서 제3후보의 등장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낮다.
지 난 6월 13일 미 공화당 대선주자 7명의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미셸 바크먼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론 폴 텍사스주 하원의원,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허먼 케인‘갓파더스 피자’전 최고경영자. |
내년엔 상원의원 선거의 우열도 대선에 큰 영향
셋째는 작은 선거(주지사, 상원의원)의 승패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표가 주 단위로 계산되고, 승자독식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중요한 주(key states)의 주지사나 상원의원 선거 바람이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례가 있어서 선거에서는 큰 선거를 치르면서 작은 선거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2000년 고어 민주당 후보의 패배에 있어 그가 특히 가슴 아파하는 것은 자신을 두번씩이나 상원의원으로 뽑아준 테네시주에서 졌다는 것이다. 선거인단 표에서 공화당 부시는 271표, 민주당후보 고어 부통령은 266표를 얻었다. 불과 5표 차이였다. 고어 부통령이 537표 차이로 진 플로리다주 선거인단표 25표를 잃었더라도 만약 고어가 고향인 테네시에서 이겼다면 주 선거인단표 11표를 모두 갖게 되어 260표 대 277표로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기있는 공화당 상원의원 빌 프리스트(Bill Frist·하버드대 출신으로 유명한 심장과 의사)가 그해에 같이 치른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을 압도하며 당선되고, 그 여세로 공화당이 민주당을 대선투표에서도 누르게 된 데 기인한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당선에 빌 프리스트가 1등 공신이 된 셈이다. 신참 재선의원인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일약 집권당 상원 원내총무가 되었다.
그래서 미국 대선에는 2가지 불문율이 있는데, 하나는 고향 출신 주에서 지고서도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없고, 두 번째로 이혼한 남자는 여성유권자의 저주로 대통령이 된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레이건의 경우는 이혼한 남자가 아니고 이혼당한 남자였기 때문에 이 불문율은 아직도 깨졌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내년 11월 대선과 함께 미국 주지사 11명을 뽑는데, 대부분 중소형의 작은주(미주리, 유타, 콜로라도 등)여서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33명을 뽑는 상원의원 선거의 경우는 다르다. 대선 선거인단 55표를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38표의 텍사스, 29표의 뉴욕, 29표의 플로리다, 20표의 펜실베이니아 등 대통령 선거에서의 전략적 주(key state)로 평가받는 곳들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 때는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상원 의석 확보와 대선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해 집중적으로 싸울 것이다.
누가 되든 북한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
내년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북한은 답답할 것이다.
오바마 정권이 계속 집권한다면, 다음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으므로 부담없이 대북정책을 소신껏 밀고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오바마 정권이 물러가고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도 상황이 별로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롬니와 페리는 모두 보수적인 인물이고, 인권이나 종교적 자유를 중요시하며, 이것이 인간의 보편적 가치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더욱이 페리 주지사는 11년 동안 텍사스를 아우르며 234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그는 “사형과 총기 소지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텍사스에 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사형과 총기소유 허용이 강력한 법질서와 정의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인물이 페리다.
이와 같이 장기적으로 미국이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대북정책을 국제공조를 통해 점차적으로 강력히 적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제는 웬만한 기만책이나 지연술은 다시 통하기 힘들게 되었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사정과 주민의 불만 고조로 날로 힘들어지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유일한 희망을 걸고 내년 한국의 선거에서 그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의 집권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가 오히려 악수를 두거나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북한은 한국 선거에서도, 미국 선거에서도 기대보다는 실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