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113051341<ype=1&nid=103&sid=0117&page=25[천자칼럼]
수쿠크(Sukuk)
입력: 2009-11-30 17:17 / 수정: 2009-12-01 08:54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는 이자를 금지한다.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 받는 것을 기생행위라 규정하고 부당이득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있는 거래,도박과 투기,알코올 담배 돼지고기 무기 등에 대한 거래도 못하게 돼 있다. 더구나 채권자와 채무자가 이익과 손실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제약이 있는데도 몇년 전 부터 오일머니가 엄청난 규모로 불어나자 이슬람 율법에 맞춰 개발된 금융상품이 주목을 받게 됐다. 대표적인 게 수쿠크(Sukuk),즉 이슬람채권이다.
수쿠크는 일반 채권과는 성격이 다르다. 채권 발행자가 부동산 등의 자산을 특수목적 회사에 임대해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준다.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실물자산 활용을 통한 리스료 혹은 배당금 형태로 지급되고,원금은 실물 자산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재매입하도록 하거나 일반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이자 주고받기를 피해가다 보니 이런 독특한 채권이 생긴 셈이다.
수쿠크 시장은 2000년만 해도 3억3600여만달러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1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 급등으로 늘어난 오일머니를 잡기 위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슬람 금융시장에 잇따라 뛰어든 결과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수쿠크 제도를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두바이 쇼크'의 핵심에도 수쿠크가 있다. 금융부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쿠크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면서 금융경색을 유발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쿠크 상환 불능 사태가 생기면 은행들은 보유 채권을 손실처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은행 수익성 악화,대출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인 나킬의 경우 개발 중인 부동산을 근거로 채권을 발행했으나 내달 14일 만기인 40억달러를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바이의 부동산 버블이 꺼진 터에 수쿠크 기초자산인 부동산을 되사줄 투자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한때 '실패를 제외한 모든 것이 가능한 곳'으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팜 아일랜드,알 막툼 국제공항,두바이랜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채무 지불유예를 요청하는 사태까지 왔다.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인데다 '최고 · 최대'에 집착하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금 '두바이 신화'는 신기루로 사라질지,아니면 부활할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